뭉근 : 느긋하게 타는 불

Quiet - 내향적인 사람들을 위한 또는 이해하기 위한 도서

  모두 알고 지내던 시골 동네에서 ‘인격’을 중시하던 문화는 도시로 오면서 ‘성격’을 중시하는 문화로 바뀌었다. 이렇게 산업화 시대를 지나며 외향성은 우리 문화의 이상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과연 외향성이 답일까? 내향적인 사람들은 반드시 성격을 고쳐야 하는가? 라는 주제로 후기를 써내려가는 것도 좋겠지만 이 답은 책에 있기에 나의 경험에 비추어 ‘내향적인 사람이 살아야 하는 방식’에 대해 쓴다.

  6년 전 나는 군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외향의 가면을 썼다. 모두 처음 만나는 사람이었고 내향적이었던 나로서는 그들을 흉내 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그들 사이에서는 소위 성격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인정도 받고 잘나갔기 때문에 나 또한 그들을 닮기 위해 더욱 노력했다. 하지만 군대에서 하루하루가 너무 피곤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그 피곤이 정신적 피곤이 아닌 단순한 육체적 피곤이라 생각했다.

  외향적인 사람들과는 다르게 내향적인 사람들은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낮은 편이다. 외향적인 사람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스키를 타고, 높은 볼륨의 음악 등의 강렬한 자극을 즐기지만 내향적인 사람들은 가까운 친구와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는 정도가 ‘딱 맞다’고 느낀다. 이런 반응성은 각 성격이 소모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으로 이어진다. 내향적인 사람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에너지를 회복하고 그 곳에서 벗어나는 순간부터 에너지를 소모한다. 반면에 외향적인 사람들은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순전히 외향적인 사람이나 순전히 내향적인 사람 같은 건 없다. 그런 사람은 정신병동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by 칼 융

  융이 말했듯이 성격은 복잡한 것이어서 어느 순간에서는 내향적인 사람도 외향적으로 변할 수 있다. 대부분의 내향적인 사람들은 핵심 목표가 생기면 자신의 기질을 뛰어넘어 외향적인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가면을 쓰는 행위는 일정 시간만 지속하되 나머지 시간은 반드시 자신의 모습 그대로 지낼 수 있어야 한다. 감정을 다스리고 바꾸려고 할 때 들어가는 ‘감정 노동’은 절대 가벼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가면을 쓰고 회복 환경 없이 지속되면 내향적인 사람은 어떻게 될까? 처음엔 정신적으로 탈진하게 되고 점점 신체적으로 탈진하게 된다. 이게 바로 내가 군대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에 나와서도 피곤했던 이유이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양심적인 자세 때문에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만큼을 떠맡게 될 때, 평소라면 재미있을 일에도 흥미를 잃게 되며 건강도 나빠질지 모른다. 따라서 내향적인 사람들은 반드시 소모한 에너지를 자신만의 회복 공간에서 충전해야 한다.

  흔히들 내향적인 사람은 사교성이 부족하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내향적이라도 사람하고 어울리는 걸 못하는 게 아니다. 사무적인 대화나 공적인 대화는 충분히 가능하다. 친구랑 노는 게 마냥 불편한 것도 아니다. 다만 혼자가 편하고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한 것 뿐이다. 사교성이 부족한 문제는 외향적인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나는 부분이다.

  이런 내용 외에도 가면의 여부를 떠나 자신이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판단하는 방법, 내향적인 아이를 기르는 방법, 외향적인 남편과 내향적인 부인이 잘 지내는 방식 등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좋은 내용이 나오니 읽어보면 참 좋을 것 같다.


ps. 내향성에 대한 만화 (http://sg-mh.com/viewer/2120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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